MOROCCO

10일 가량을 모로코에서 지냈다.

4일간 마라케시, 3일간의 사하라 그리고 남은 3일간의 페즈.

여느 중동의 도시와 비슷한 황토색 건물로 가득찬 신도심과, 한 번 발을 내딛으면 방향 분간이 어려운 미로와 같은 구도심은 이 도시가 가진 역사를 나이테처럼 겹겹히 나타낸다.
사람 두세명이 겨우 지나다닐법한 너비의 골목과 찌는듯한 태양, 아케이드를 연상케하는 건물 사이사이 걸어둔 차양막과, 그 아래의 인도 양 옆으로 온갖 상점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책에서 한번쯤 보았을 법한 어느 유럽의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색있는 모습이다. 

수십킬로 너비의 지브롤터 해협을 두고 마주한 유럽과 아프리카, 두 대륙의 도시 외양에서 공통점을 쉬이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스페인과 모로코 두 나라를 모두 방문해본 내게는 참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코너를 돌면 유치원이 나오고, 상점이 나오고 혹은 광장이 나왔다. 

가게 주인들은 물건 하나라도 더 팔고자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노인들은 의자에 삼삼오오 앉아 서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강렬한 햇살은 고목의 나무뿌리마냥 끝없이 뻗어있는 골목을 비추고, 여행객과 상인들은 호기심 가득찬 눈빛으로 비어있는 시장 곳곳을 채운다